저자 박숙희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쾌활한 광기』 『키스를 찾아서』 『이기적인 유전자』 『사르트르는 세 명의 여자가 필요했다』 『아직 집에 가고 싶지 않다』, 그림에세이 『너도 예술가』 등을 펴냈다.
2014년 첫 전시회 이후 지금까지 열 번의 개인전을 개최한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소설은 20세기 최고의 지성이라 일컬어지며 사상가, 소설가, 또 평론가로서 전세계인의 정신적 나침반이 되었던 사르트르가 이루어간 사랑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여 사랑의 본령에 접근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사르트르는 평생을 수많은 여자에게 둘러싸여 살았고 자신도 그러길 원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돌로레스라는 연인의 눈을 통해 사르트르의 사랑과 자유의 길을 세 연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밝혀가고 있다. 영원한 동반자이자 필연적인 사랑인 보봐르, 젊음의 상징인 올가 그리고 미의 추구로서 돌로레스. 그가 이루어간 사랑은 자유를 추구하는 인간의 끊임없는 선택이자 열망이었다.
작가는 그동안 다양한 작품 속에서 인간의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실체적 진실을 찾고자 고투하는 인물들을 통해 굳건히 자리잡은 관습과 허위의식의 벽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작가로 평가받아 왔다. 이 작품에서도 허위의식의 굴레에 묶인 완전한 사랑을 찾기보다는 사랑의 진정성을 회복하고 자유로 향하는 길 찾기에 나선다.
주요내용
『사르트르는 세 명의 여자가 필요했다』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사랑과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사랑을 대비시켜 사랑의 상실과 회복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를 발표한 후 인생 최고의 절정기를 맞고 있던 사르트르가 이루어간 사랑의 방식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고 있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미국 출신으로 1945년부터 이후 5년간 사르트르의 연인이자 안테나였던 돌로레스 바네티라는 여자다. 1945년 1월 카뮈의 제의로『콩바』지의 특파원으로 미국에 머물면서 그녀를 만났고, 보봐르 이후 최고의 연인이라 부르며 열정적으로 사랑을 고백했다.
그녀가 얼마나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는 그녀와 결혼하여 2년간 미국에 머물겠다고 말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그녀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해 10월에 『현대』지 창간호의 서문을 사르트르는 그녀에게 바쳤고 그 후 그녀는 그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그들의 사랑은 5년을 지속하였다. 그렇지만 사르트르의 의견을 무시하고 파리에 정착한 돌로레스는 사르트르가 보봐르와 또 다른 연인때문에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없음을 알게 되자 모욕감을 느끼고 5년간의 관계를 끝냈다.
이 작품은 돌로레스가 사르트르와의 동거생활을 위해 파리에 정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돌로레스가 사르트르와의 동거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프랑스에 도착한 날, 그녀는 사르트르와 그 주변 사람들로부터 불안한 기분을 느낀다. 이후 사르트르의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과 사르트르와의 사랑의 실체를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신만이 사르트르의 유일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녀는 사르트르가 보봐르 외에 또 다른 연인이 있으며, 또 사르트르에게는 언제나 세 명의 여자가 필요하다는 말에 충격을 받는다.
이 작품 속에서 그녀가 믿고 있는 사랑은 영원한 열정과 사랑을 꿈꾸며 상대방과 일체화된 자신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행복과 충족감을 느끼며 주어진 사랑에 안주하려는 지극히 일반적이고 평범한 사랑으로 묘사되고 있다. 현실적이며 평범한 사랑을 원하는 돌로레스의 눈에 비친 사르트르의 이상적이며 관념적인 사랑의 실체는 모순덩어리이며 허위로 가득한 세계에 다름 아니었으나 합일되지 못하는 불행한 사랑은 위기를 맞고 그로부터 자기결단을 요구받게 된다.
사르트르는 세 명의 여자가 필요하다는 말에서 언뜻 완전한 사랑을 이루기 위한 필요조건으로 비쳐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가는 이미 이루어진 사랑에서 충족감을 가지지 못하고 계속 사랑을 갈구하는 사르트르의 모습을 통해 사랑이란 불완전한 인간이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는 몸부림인 동시에 자유를 갈구하는 힘겨운 여정으로 포착하고 있다. 다른 한편 작가는 사랑의 진정성을 회복하여 보편적인 사랑으로 가는 여정을 돌로레스를 통해서 탐색하고 있다.
작가의 말
사르트르의 사랑이야기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시몬 드 보봐르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보봐르와의 사랑에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계약결혼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관계 설정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사랑은 왠지 교과서적인 인상을 나에게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왕이면 세상 사람들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사르트르의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그래서 자료를 뒤지던 중 돌로레스 바네티라는 이름의 한 여자를 발견했다. 무엇 때문인지 그녀에게서는 나의 소설적 상상력을 부추기는 어떤 냄새가 강하게 풍겼던 것이다. 그리고 이상적이며 관념적인 사랑을 추구한 사르트르가 빚어낸 여러 가지 사랑의 유형 중 돌로레스 바네티와의 사랑이 가장 보편적이고 평범한 사랑에 가까웠던 점도 내 관심을 끌었다.
이성 혹은 관념이 개입된 사랑이 진정한 사랑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러나 그런 사랑이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은 분명히 안다. 그러므로 사르트르와 돌로레스의 사랑이 비록 이상적인 사랑은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솔직했었다는 점에 관해서만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이런 가정을 해보기로 했다. <숱한 연애 사건에도 불구하고 사르트르로 하여금 소위 말하는 사랑을 제대로 경험하게 해준 인물은 그 누구도 아닌 돌로레스 바네티가 아니었을까>하는.
아무튼 그런 연유로 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가 된 돌로레스 바네티는 사르트르가 사랑했던 여러 여자들 중 한 사람으로 보봐르를 가장 긴장하게 만들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1945년 미국에서 처음 만나 1950년에 헤어진 두 사람의 사랑에 관한 기록은 사르트르의 전기 여기 저기에 아주 조금 언급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 소설은 몇몇 가지 역사적 사실을 그 뼈대로 하고 있긴 하지만 허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