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길을 잃다
버젓이 살고 있으면서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 여겨지면 그것은 길 위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시계바늘처럼 째깍째깍 도착하는 하루하루에 떠밀려 아침에 눈을 뜨기 싫어도 눈을 떠야 하고, 어느 누구와 만나서 떠들어대도 그 말들이 모두 허공으로 흩어져 버리고, 다음 순간이 지금 이 순간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매순간 마음이 다음 순간에 먼저 가 있어 이 순간을 번번이 놓치고, 진짜 붙들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면서 막연하게 뭔가를 갈구하느라 늘 허기지고, 주로 시끄럽게 지내다가 어쩌다 적막과 맞닥뜨리면 화들짝 놀라 달아나기 바쁘고, 경험해보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에게 하루를 통째로 갖다 바치고, 깊이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생각은 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할 수 있는 일만 겨우 하고 사는......이렇게 살았던 적이 있다. 길을 가는 것도 아니고, 길을 찾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길 위에서 잠시 멈춰 서 있을 수도 없었던 그런 삶을 살았던 적이 있다. 그때 내가 알고 있던 길은 모두 직선이었다. 길 끝에 목표지점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런 길을 갈 때는 절대 한눈팔지 말고 서둘러 곧장 가야 하는 그런 것이 내가 알던 길이었다. 그런데 나는 오직 직선으로만 뻗어 있는 그 길 위에서 길을 잃었고 그래서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다. 이 그림은 그 시기를 떠올리며 그린 것이다. 수없이 많고, 어차피 서로 겹쳐지며, 시작과 끝이 애초에 없었던 것이 바로 길이라는 사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을 이 그림을 그리면서 했다. 아무도 길이라 여기지 않는 길 위를 걷고 있어도 불안할 게 없고, 굳이 길을 나서지 않아도 앉은 자리에서 길이 만들어지는 그런 삶을 살게 될 때 즈음, 길에 대한 그림을 다시 하나 그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