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5
그림일기1.
45x45cm,캔버스에 아크릴,2023
VIEW
의식과 무의식
의식과 무의식,45x45cm,캔버스에 아크릴,2016
DESCRIPTION

의식과 무의식
2016년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 갔을 때 후안 미로 그림이 와닿았다. 후안 미로 그림은 단순하고 분명한데, 단순하고 분명한 그림은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정작 그리기는 어렵다. 흔들림 없는 분명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그림을 시작했을 때는 분명한 생각 없이 그림 그리기를 즐겼다.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한 마음을 가지고 그린 그림과, 어떤 단초만 가지고 시작해서 그리는 과정에서의 흐름에 내맡긴 그림 중 어느 것이 더 나은가, 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 뚜렷한 의도를 가지고 그린 그림도 명작이 될 수 있고, 자기도 미처 알지 못하는 무의식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긴 채 그린 그림도 걸작이 될 수 있다. 이 그림은 2016년 KIAF에 다녀와서 그린 그림인데, 의식과 무의식이 적당히 뒤섞인 그림이라 할 수 있다. 이 그림을 완성하고 나서 나는 그림에 대해 좀 더 자유로워졌다. 늘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만의 그림 세계가 필요한 건 아닐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이 그림을 그리고 나서 그런 고민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의식도 내 속에서 나온 것이고 무의식 또한 내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이 그림을 그리면서 깨달았다. 이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갖가지 색의 구불거리는 선은 길일 수도 있고 길이 아닐 수도 있다. 살면서 내가 추구했던 것들은 아무리 다가가 보아도 도착 지점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기에 길이면서 길이 아니었다. 차라리 길 아래 간신히 흔적으로만 남은 무수한 발자국 같은 무의식, 바로 거기에서 길을 찾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다. 알면서 걸었던 길도 내가 걸어온 길이고 모른 채 내디뎠던 무수한 발걸음도 내 발걸음이다. 그러니까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그림 속 색색의 길들도 결국은 하나다.


RELATED BOOKS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