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드 스탈
러시아 출신의 니콜라 드 스탈은 형태 없이 형태를 그린 화가이다. 스탈은 자신의 내면적 심리 상태와 감정을 그가 관찰한 외부 세계에 담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그가 그린 그림에서의 대상은 형태의 윤곽을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킨 것으로서 바다 혹은 집 심지어 인물까지도 구체적인 묘사 없이 오직 색으로만 표현되었다. 그가 그린 그림을 보면 고도의 추상에도 불구하고 그림 속에 표현된 대상이 만져질 듯 가깝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서정추상의 한 경향인 앙포르멜미술을 추구했던 그는 추상과 구상의 균형을 완벽하게 이루어냄으로써 유럽추상미술의 대표적인 화가가 되었다.
1914년에 태어나 1945년 살롱 드 메에서 첫 초대작가로 전시를 열자마자 곧바로 명성을 얻게 되지만 본격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는 것은 1951년부터다. 남프랑스 앙티브에 머물던 그 시기, 꽃이 한꺼번에 만개하듯 훌륭한 그림들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스탈은 프랑스 화단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당대 비평가들과 미술평론가들은 그의 그림에 대해 혹평했다. 그가 그렸던 과감한 에너지의 그림들과는 다르게 심약하고 소심했던 스탈은 그들의 혹평을 견디지 못하고 급기야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다가 1955년 3월 16일, 태양이 작열하는 지중해 앙티브에서 결국 자살하고 만다. 죽기 전에 그가 남긴 메모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림들을 완성할 힘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니콜라 드 스탈. 그가 그리려고 했던, 그러나 끝내 그리지 못한 그림들을 상상하며, 그리고 그가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앙티브를 떠올리며 이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