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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1.
45x45cm,캔버스에 아크릴,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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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시들기 전에
꽃이 시들기 전에,61x91cm,캔버스에 아크릴,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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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시들기 전에
꽃이 시들기 전에 길을 나서려고 했다. 걸을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은 봄날에 꽃이 시들기 전에 길을 나서 봄을 그리려고 했다. 앵초와 제비꽃, 금잔화와 꽃다지의 보라와 노랑을 그리려고 했다. 굳이 그리지 않아도 선명하게 마음에 새겨지는 은방울꽃의 하얀 자태는 그것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러나 봄비가 내렸고, 중국에서부터 불어온 황사가 심했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셨던 삼촌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는 바람에 꽃이 시들기 전에 길을 나서지 못했다.
꽃 피는 봄이야 내년이면 또 오겠지만 올봄에 피었던 민들레와 산수유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보지도 못한 꽃들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한 철에 피었던 꽃이 한 철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이치는 이치일 뿐이고, 한 번 살았던 사람이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은 사실로 확인하지 못한 믿음일 뿐이다. 그래서 나는 걸을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은 봄날에 기어코 길을 나서 꽃이 시들기 전에 확연히 봄을 보고 봄을 그려야만 했다.
꽃이 지기 시작하는 늦은 봄날에 길을 나서도 늦진 않겠지만 그래도 꽃이 시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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