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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1.
45x45cm,캔버스에 아크릴,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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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성당
하얀색 성당,24x34cm,캔버스에 아크릴,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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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성당
초가을 오후 6시, 하루가 저물고 있는 시간이었다. 어둠이 내려앉기도 전에 서둘러 밝힌 도시의 불빛들이 촘촘하게 끝없이 번지고 있었다. 그날 하루, 도시의 불빛들보다 더 많은 생각을 떠올렸다 지우기를 반복한 내 마음 또한 한 생각이 스러지기도 전에 또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키며 번지고 있었다.
내 생의 시작이 지금부터라면? 천주교 신자도 아니면서 걸핏하면 동네 성당 마당의 나무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곤 하는 나는 그날도 거기에 앉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성당 앞 횡단보도 신호등에 녹색불이 켜졌고,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가 거리가 짧은 횡단보도임에도 불구하고 장거리를 뛰는 마라톤 선수처럼 홀로 사력을 다해 휠체어 바퀴를 굴리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부부 사이인 듯 보이는 할머니는 몹시 구부정한 자세로 빈 유모차를 밀며 뒤이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그러나 유모차에 의지한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은 할아버지에 비하면 몸놀림이 재빨라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처럼 뒤늦게 출발했는데도 일찍 출발한 할아버지를 제치고 이쪽 인도에 먼저 당도했다. 성당 마당 안으로 들어서는 두 노인에게 나무 의자를 양보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그들은 곧바로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내가 본 것은 서둘러 밝힌 도시의 불빛과 노을로 붉게 물든 저녁 하늘, 그리고 하얀색 성당과 두 노인이었다. 특히 하얀색 성당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저녁 시간인데도 선명하게 하얘 인상적이었다.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던 노을의 붉은 색에도 전혀 물들지 않는 하얀색 성당은 어쩐지 기괴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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